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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재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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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재난상식

영화<터널>

영화<터널>은 2016년에 개봉하여 차별화 된 한국형 재난영화로 평가 받았다. 극한 상황에 처한 생존자의 모습은 물론 현실적인 상황 연출이 실감나게 표현되었다. <터널>은 좁고 협소한 장소인 터널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크나큰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우리에게 주는 작품이다.

영화 스토리영화 속 주인공인 이정수(하정우)는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이다. 그는 큰 계약을 따내고 ‘하도 제1터널’을 통해 들뜬 마음으로 운전하며 집으로 가던 중, 갑작스러운 터널 붕괴사고를 당한다. 락볼트를 규정대로 사용하지 않은 부실시공이 원인이 된 것. 이정수는 터널의 잔해와 암반에 파묻힌 채 홀로 고립된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주유소에서 받은 500ml 생수 2병과 딸 생일선물로 산 케이크 그리고 휴대폰. 끊어질 듯 말 듯 하는 통신으로 겨우 구조 요청을 한 이정수는 구조가 올 때까지 무작정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반면 그를 구출해야 하는 소방관들도 난항을 겪는다. 구조를 방해하는 언론인들과 건설 중인 ‘하도 제2터널’의 발파 작업 일자가 겹치면서 소방관들은 안팎으로 압박을 받는다. 덩달아 잘못된 설계도가 지급된 채 구출작전을 진행하는 바람에 엉뚱한 장소를 시추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시기는 더더욱 늦춰지고 시간이 곧 생명인 생존자 구출작전의 행방은 묘연해진다. 모자란 식수와 식량으로 목숨을 연명해야 하는 이정수는 과연 무사히 구출되어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절망으로 향하는 입구가 될 수 있는 곳 <터널>

터널에서의 사고는 적절한 방재시설과 안전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단순하고 중요한 사실이 영화 전반에 걸쳐서 드러난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이정수(하정우)와 미나(남지현)만 사고를 당하게 되지만 오히려 이 경우는 대형사고로 되지 않아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한다. 터널 안은 좁고 밀폐되어 있어서 화재 시 연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제연시설이 제 역할을 못해준다면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안에 갇힌 사람들이 모조리 질식하여 사망할 수도 있다.
터널은 산을 뚫어서 건설한 시설물이기에 암반과 철골로 인해 전파 장애로 구조요청이 발목을 잡힌다. 주인공 이정수도 매몰된 잔해 속에 갇혔을 때 휴대폰 수신 때문에 난항을 겪는다. 구조대는 드론을 띄워 무너진 터널 내부를 탐색하려 하지만 전파 장애로 이 또한 실패하는 장면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식량 없이는 보름을 견디고 식수가 없으면 삼일 안에 사망한다. 온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던 대참사, 삼품백화점 붕괴 사건 때 매몰된 백화점 안에 갇혀 있다가 17일만에 사람이 구조됐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35일간 갇혀있다가 구조된다. 이는 영화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 연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가상의 터널, ‘하도 제1터널’ 붕괴 요인은 부실시공이다. 터널의 천장과 연결되어 있는 락볼트가 규정에 맞게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 삼풍백화점 붕괴의 주요 원인도 바로 부실시공이었다. 심지어 영화에서는 잘못된 도면을 가지고 구조작전을 하는 바람에 생존자의 구출이 더더욱 늦어진다. 사소한 문제점들이 이렇게 막을 수 있는 참사를 더더욱 크고 치명적으로 뒤바뀌게 만든다.

△ 터널사고현장 < 출처 : 연합뉴스 >

실제 영화<터널>처럼 터널이 붕괴되어 사망자가 9명이나 발생한 사고가 2012년 일본의 야마나시현에서 발생했다. 1977년에 완공되어 이용된 ‘사사고’터널은 시설노후화로 천장을 지지하던 장치가 부식되어 사고가 났을 거라는 추측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불과 두 달 여전에 안전점검을 하였고 이상이 없음을 판정 받았음에도 참사를 막지 못한 것이다. 이는 부실점검이라는 의혹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상주터널 화재를 통해 살펴본 터널 재난사고의 문제점

한국에서도 이런 위험한 터널 사고는 상주터널에서 발생했다. 2015년 시너를 실은 트럭이 서행하던 앞선 차량과의 추돌을 피하고자 급제동하면서 그만 전도되어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다행히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초대형 참사로 번질 뻔했던 사고였다. 이 사고는 1,600여미터 길이 터널의 중간지점에서 발생했으며, 당시 사고 현장 주변에 십여 대의 차량 탑승자들이 불길을 피해 약 800미터 가량을 뛰어가야만 했다. 시너를 실은 트럭이 폭발한 탓에 불길이 매우 거셌고 소방대원들은 화재 진압에 난항을 겪어야만 했다. 사고가 난 트럭을 뒤따르던 차량도 인화 물질을 싣고 있어서 만약 뒤차의 제동이 조금만 늦었어도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었다. 터널에서의 사고는 이렇듯 앞과 뒤의 차량이 있기에 추돌사고에 이어 큰 화재를 야기시킬 위험이 있다. 게다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시민들이 현장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정차되어 막힌 차량이 길을 방해하고 자욱한 연기 탓에 시야도 제한되어 길을 잃고 고립되어 사망할 위험이 크다.

영화 <터널>, 바로 이 장면!

장면1

사고현장 확인을 위해 터널 안으로 소방서와 언론사 드론을 보내는 장면

드론이란 무선전파에 의해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 또는 헬리콥터 형태의 무인항공기를 말한다. 최초 군대에서 연습사격용 표적 구실로 사용됐으나 오늘날엔 산업용, 농업용, 군사용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영화 속처럼 드론을 이용해 촬영하는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많은 TV방송에서 드론을 우린 익숙히 봐왔기 때문이다. 소방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산불감시를 비롯해 빠른 화재 진압을 위한 발화점 확인 등 예방과 대응용도로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2015년엔 KAIST에서 화재현장 상공이 아닌 현장 내 직접 투입이 가능한 드론까지 개발했다. 약 1,000℃에서 1분간 견딜 수 있는 내화실험에도 성공할 만큼 훌륭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최첨단 기술이 지속해서 접목되는 만큼 소방을 포함한 재난분야에 앞으로 드론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영화 터널 속 드론을 날리는 장면




장면2

하정우가 자동차 뒷 문짝이 떨어지면서 우연히 발견한 소화전함을 여는 장면

우리는 항상 영화에서 극적인 장면을 기대한다. 터널에 갇혀 먹고 마실게 간절한 주인공이 소화전의 밸브를 돌렸을 때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길 다들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시원한 물줄기 대신 정작 나온 건 지네 한 마리였다. 허탕을 쳤단 것도 잠시, 이 지네를 통해 새로운 장면이 전개된다. 소방전문가가 아닌 이상 순간 놓치고 넘기는 것이 바로 이 장면이다. 다시 말해 이 장면에서 잘못된 소방시설 유지·관리를 우린 확인할 수 있다. 도로터널의 화재안전기준(NFSC 603)은 소화전함에 15m 이상의 소방호스를 3본 이상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터널 내 측벽을 따라 50m 이내 간격으로 소화전을 설치하도록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최소 3본의 호스를 연결해야 적정 소화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속 소화전함엔 말려있는 호스 1본과 밸브에 연결된 2m 남짓의 호스뿐이었다. 현실에서 찾기 힘든 이 2m 호스는 원활한 영화 전개를 위해 연출됐다고 판단된다. 만약 이 터널에서 붕괴가 아닌 화재가 났다면? 이미 여러분이 예측한 대로일 것이다.

터널은 도로시설 중에서도 특별한 공간이다. 산을 가로질러 설치하다 보니, 사방이 어둡고 밀폐돼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짧은 터널보다는 긴 터널이 사고 발생 시 문제가 커진다. 사건 현장에서 빠져나오기도 힘들뿐더러, 사고를 수습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도로터널에 설치해야 하는 소방시설들도 길이에 따라서 설치 기준이 다르다. 

도로터널에 설치하는 소방시설
관련근거 : 소방시설법 시행령 제15조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서 정한 터널 등급에 따라 소방시설 설치

도로터널에 설치하는 소방시설
시 설 별적 용 기 준
소화설비소 화 기· 터널 전부
옥내소화전설비· 지하가 중 터널로서 길이가 1,000m 이상이거나 터널의 특성을 고려하여 총리령*으로 정하는 터널
물분무소화설비· 지하가 중 터널의 특성을 고려하여 총리령*으로 정하는 터널
경보설비비상경보설비· 지하가 중 터널로서 길이가 500m 이상인 것
자동화재탐지설비· 지하가 중 터널로서 길이가 1,000m 이상인 것
피난설비비상조명등· 지하가 중 터널로서 길이가 500m 이상인 것
소화활동설비제연설비· 지하가 중 터널의 특성을 고려하여 총리령*으로 정하는 터널
연결송수관설비· 지하가 중 터널로서 길이가 1,000m 이상인 것
비상콘센트설비· 지하가 중 터널로서 길이가 500m 이상인 것
무선통신보조설비· 지하가 중 터널로서 길이가 500m 이상인 것

터널 내부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방재설비가 설치돼 있다. 50m간격으로 옥내소화전이 설치돼 있고, 긴급 전화도 250m간격으로 비치되어 있다. 차량에 문제가 있을 경우 주차할 수 있는 비상주차대도 있다. 사고에 대비한 최소한의 여건들은 대부분 마련돼 있기 때문에, 터널 안에서 사고가 나거나 화재가 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대처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터널 사고를 겪는 사람들은 주로 운전자들이다. 운전자들은 터널 주행을 위한 도로교통법상의 원칙들을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터널 내에서의 사고 시 행동요령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운전자가 터널에서 문제를 감지하면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서 상황을 파악한 다음 신속하게 대피,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터널 내부에 있는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여 빠르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내외 대표적 터널 화재사건

*상주 터널 화재(국내)
시너를 싣고 가던 4.5t 트럭이 경북 구미시 옥성면 산촌리 중부내륙고속도에서 급정거 한 탓에 시너통이 도로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상주터널 안에서는 공사 차량이 사고 트럭 앞에서 차선 도색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트럭 운전자가 공사 차량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정거하면서 시너통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럭운전사는 화상으로 끝내 사망했고 약 20명 가량이 화상과 연기로 인한 중경상을 입었다. 트럭과 승용차 등은 약 11대가 전소했다.

*몽블랑 터널 화재(국외) 
몽블랑 터널은 11.6km길이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와의 이동거리를 200km 정도 단축시키는, 이른바 유럽의 새 동맥이라고 불리는 터널이었다. 하지만, 방재설비는 물론 각종 안전설비가 철저히 갖춰진 이 몽블랑 터널도 화마를 피할 수는 없었다. 화재 발생의 원인은 바로 작은 담배꽁초. 
앞서 가던 운전자가 던진 작은 담배꽁초가 뒤 따르던 트럭의 공기흡입구로 들어가고 말았다. 담배는 공기 흡입구 내에서 불길이 커지며 큰 불이 났으나, 운전자는 알지 못했다. 터널 안 9개의 가시거리 감지 센서에 가시거리가 30%이상 하락하자 이탈리아와 프랑스 두 곳에 경고가 울렸으나 이탈리아는 과거에 잘못된 경고를 자주 받아서 센서를 무시하도록 소프트웨어를 바꾼 상태였고, 프랑스 측에서는 시스템 오류라 생각하고 무시했다. 한참을 지나서야 트럭운전사는 불이 난 것을 알아차리고 트럭을 정차 후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트럭이 폭발했다. 뒤에 따르던 25대의 트럭이 정지했으나 이 트럭들에 의해 시야가 가려져 폭발을 못 본 차량들은 꾸준히 들어왔다. 
냉장 트레일러의 보냉재(폴리우레탄), 포장용 스티로폼 그리고 안의 마가린 9톤이 인체에 유해한 유독성 가스를 만들어냈고 이는 CCTV를 가리는 것은 물론 39명의 사망자를 만들어냈다. 화재는 53시간이나 타오른 뒤, 콘크리트를 녹여 터널 내의 암반을 모두 드러내고 나서야 진화되었다. 

세계 최장 도로터널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긴 터널인 남산1호터널의 길이는 약 1.53km이다. 그리고 국내에서 가장 긴 터널은 올해 완공 예정인 인제터널로 무려 10.9km다. 남산터널의 7배에 달한다. 하지만, 전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훨씬 더 긴 터널들이 많다. 세계 5대 최장 도로터널을 소개한다.

국내외 최장터널 길이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의 경우, 최장터널은 인제터널로 10.9km이며 2017년 6월 개통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