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사고 재조명 - 캠핑장 화재
짧은주소
- - 짧은주소: http://safekoreas.com/bbs/?t=E8 주소복사
본문
재난사고 재조명
2015년 3월 22일 일요일 새벽 1시 20분경, 인천광역시 강화군 동막해수욕장 근방 캠핑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동 3명을 포함해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행복했던 시간, 불행했던 사고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던 방송이 있었습니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과 글램핑을 하는 주말 예능이었습니다. 평소 마주할 시간이 부족한 아빠들과 아이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는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공감과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유사한 콘셉트의 방송들을 많아졌고, 덩달아 가족 여행의 수요가 급증하자 캠핑장도 우후죽순 생겨나게 됩니다.
이 모(37)씨와 중학교 동창 천 모(36)씨는 각자 아이들만 동행한 채 캠핑장으로 나섰습니다. 그때 유행하던 방송의 콘셉트와 유사한 휴일 일정이었죠. 즐거웠던 시간도 잠시, 늦은 새벽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불이 난 것입니다. 불은 이 씨와 11살, 8살, 6살 세 아들과 함께 텐트에 있던 천 씨와 천 씨의 7살 난 아들을 덮쳤습니다. 다행히 인근 텐트에 있던 박 모(43)씨의 용감한 행동으로 이 씨의 둘째 아들은 2도 화상만 입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 후 박 씨는 펜션 관리인 김 모(53)씨와 함께 불길을 잡아보려 하지만 불길은 하늘높이 치솟았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불은 소방관들이 도착한 이후에야 끌 수 있었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캠핑장 내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면 텐트 안에서 옅은 불꽃이 번쩍한 직후 불과 3분 만에 텐트 전체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입니다. 소화기도 사용해보고 대야에 물을 담아와 뿌려보았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불이 난 글램핑용 텐트 시설은 16㎡ 크기로, 가연성 재질의 천막과 화재에 대비한 장비가 적절하게 비치되지 않은 점도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힙니다. 박씨와 펜션 관리인은 불이 나자 캠핑장 마당에 비치되어있던 5대의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려고 했지만, 불길이 너무 커 잡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인근 샤워장에서 물을 받아 진화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증 받지 않은 안전
사고 이후, 법인이사와 대표이사 등 캠핑장 관계자들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경찰조사에서 화재사고의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전기 패널(발열 매트)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 감식 결과, 텐트 좌측 부분의 온돌 전기패널 리드 선과 발열체 부분에서 전기적인 요인으로 발화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당시 정부의 민간사업자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와 맞물려 캠핑장 시설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그중에는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미등록 업체들과 영업 자격이 없는 업체들의 음성적인 영업이 만연해 있었습니다. 국민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사건 이후로도 캠핑장 4곳 중 1곳은 미등록 상태였으며, 이 중 9%는 소방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고, 그 후
두 가정에 비극을 초래했던 참혹한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세상은 어떻게 달라지려 노력하고 있을까요. 정부는 5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화도 캠핑장 화재사고 이후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5년 10월 관광진흥법을 개정했습니다. 야영장 등록을 위해서는 대피소와 대피로, 비상시 긴급 상황을 이용객들에게 알릴 수 있는 시설 또는 장비, 소화기 등을 배치하거나 갖춰야 하지만 일부 야영장들은 등록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캠핑장은 영업할 수 없도록 법이 만들어졌지만, 단속에 걸린다 해도 벌금 수백만 원에 그쳐 계속 배짱영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등록된 캠핑장만 해도 전국에 1,700여 곳이 넘습니다. 하지만 미등록된 캠핑장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미등록 자체가 불법이어서 해당 업소들에 대한 소방안전점검 등 행정조치도 취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안전불감증과 예견된 사고
사고는 업체의 비양심적 영업만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야영장, 캠핑장 내 각종 안전사고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언제나 개인의 부주의였습니다. 무분별한 전열기 사용 등 설마하는 생각은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사고는 항상 예견돼왔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국립공원 야영장에서 발생한 중대 안전사고 8건 중 일산화탄소에 의한 질식이 3건이었으며,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합니다. 춥다고 텐트 안에서 화로 등을 피우면 일산화탄소에 질식하거나 화상을 입는 일이 생깁니다. 이 당연한 사실도 막상 예상치 못한 새벽 야영장의 추운 날씨를 맞닥뜨리게 되면 잊게 되는 걸까요. 그렇게 쉽게 잊힐 만큼 우리의 안전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식개선을 위한 노력
그렇다면 안전한 캠핑을 즐기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국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사고가 벌어진 바로 다음 날인 23일, 국민안전처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는 강화도 캠핑장 화재 사건을 계기로 야영시설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였습니다. 또한 문화관광부는 앞으로는 미등록 야영장도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 포함키로 결정하였습니다.
안전한 캠핑문화를 위한 행사도 다양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소방안전협회는 국민안전처와 더불어 지난 5월 27일부터 28일까지 1박 2일 동안 ‘제6회 안전체험 가족캠핑’을 개최하였습니다. 총 150가족, 약 600여명이 참여한 이 행사는 충남 천안 안전체험관을 방문해 화재·생활·교통안전과 태풍·지진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대응요령을 체험하고, 안전체험 교육 후에는 천안 독립기념관 야영장으로 이동해 심폐소생술·소화기체험과 직접 소방관이 돼 소방차 방수체험도 하였습니다.
안전체험 가족캠핑이 뭔가요?
캠핑을 즐기는 가족이 매년 늘면서 캠핑장 안전사고도 많이 일어나는데요. 안전한 캠핑문화를 확산시키고자 ‘캠핑’과 ‘안전’ 이 두 가지 테마를 접목시킨, 한국소방안전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행사입니다. 가족과 함께 안전을 배우고, 가족애를 다질 수 있는 ‘안전체험 가족캠핑’은 가정의 달 5월에 개최되는데요. 이미 올해 6회째를 맞아 150가족 600명이란 많은 분들이 함께하셨습니다. 온가족이 함께 안전체험관과 캠핑장에서 안전체험을, 또 즐거운 레크리에이션과 캠핑을 통해 잊지 못할 추억을 쌓는 ‘안전체험 가족캠핑’. 웹진 ‘소방안전플러스’와 협회 SNS(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 행사소식을 만나보세요.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제4회 국제 아웃도어 캠핑 페스티벌’에 ‘캠핑장 내 가스사고 예방홍보부스’를 설치하였습니다. 부스에서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안전한 가스용품 사용을 계도하였고, 홍보 결과를 분석하여 향후 더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가스관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제4회 국제 아웃도어 캠핑 페스티벌’의 주제는 ‘친환경 / 안전캠핑’이었습니다. 이전과 달리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얼마나 커졌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또한 국립공원관리공단도 2017년 4월 말 탐방객이 야영장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관할 소방서와 한국전력공사 소속 직원과 합동으로 전국 국립공원 38곳의 야영장내 소화기, 일산화탐소감지기 등 소방·전기시설 2491개에 대한 점검을 끝냈습니다.
곧 휴가철
또다시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특히 여름철의 경우, 야외활동이 많아져 사고발생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들뜨고 신나는 분위기 속에 야영장, 캠핑장 등에서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어야겠습니다. 캠페인과 점검을 통해 안전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안전한 캠핑을 위해 각자가 캠핑장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가장 우선입니다. 끝으로 정부 블로그 ‘정책공감’에서 안내하는 캠핑장 안전수칙을 카드뉴스로 전해드리면서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