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재난상식 - 판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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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
판도라
영화 <판도라>는 2016년 7월에 개봉한 박정우 감독의 재난영화다. 지금은 폐쇄된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감독은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판도라>는 대비되지 않은 재난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잘 보여준다.
영화 스토리방사선 피폭사고로 아버지와 형을 잃은 재혁(김남길)네 가족. 어머니는 원전 마을에서 식당을 하고, 재혁은 마을 친구들과 함께 원전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을 한다. 아버지의 사고보상비로 장사까지 했으나 실패한 이후엔 어머니의 구박이 일상이 돼버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지만, 소꿉친구이자 연인인 연주(김주현)와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슴 한편에 품고 산다.
한편, 6.1 규모의 강진이 대한민국의 동남부를 덮치자, 노후상태로 무리하게 가동되던 원전 ‘한별 1호기’의 냉각수가 균열로 새는 사태가 발생한다. 충분한 양의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연료는 물을 분해해 수소를 발생시키게 되고, 원자로 격납용기(RCB)는 내부압력이 수백 킬로 파스칼에 달하며 폭발 위기에 처한다.
이를 막으려면 ‘벤트 밸브’를 열어 고압의 수소를 용기 밖으로 방출시켜야 하지만, 외부의 민감한 시선을 의식한 총리(이경영)의 독단에 사고 대처는 지지부진하게 된다. 결국 늦은 대처로 멜트 다운(원자로의 노심(爐心)이 녹는 중대사고)이 발생하며 RCB는 수소폭발로 터져버린다.
정확한 상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탓에 대피는 점차 더뎌지고, 뒤늦은 사고 소식에 원전 주변 대도시와 고속도로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만다. 예고 없이 찾아온 초유의 재난에 혼란에 빠진 한반도, 거기에다 2차 폭발의 위험까지 남아있는 상황. 재혁과 그의 동료들은 더 큰 참사를 막고자 방사능으로 오염된 사고 현장에 다시 진입하게 되는데... 이들은 과연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닫을 수 있을까?
열려서는 안 될, 재난참사의 상자 <판도라>
영화 속 한별 원자력발전소는 6.1의 강진으로 탱크에 균열이 생기고 냉각수가 새어 나와 핵연료가 과열돼 결국 폭발에 이르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원자력발전소는 충분히 안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영화처럼 쉽게 폭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재난을 대비하기 위한 제1의 안전설비는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다. 박정우 감독이 말했듯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재난에 대비하는 마음이다. 한별 원자력발전소를 둘러싼 인간 군상들은 이 경각심이 없을 때 원전사고가 얼마나 위험해지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사고가 나자 패닉에 빠져버린 원자력발전소 근로자들, 대통령의 소개령(공습·재난 등 대비, 한 곳에 집중된 주민․물자 등을 분산시키는 명령) 지시에 “그런 계획은 없다”고 답한 관리, 방사선 비상상황임에도 정확한 주민행동요령을 알려주지 않는 정부와 언론매체. 이 또한 경각심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나타내는 영화 속 장면이다.
특히 <판도라>는 방사선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온통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공항, 기차역, 도로, 항구까지 방사능 구름을 피해 먼 곳으로 가야만 하는 피난민들의 무질서와 함께 인명피해의 위험성이 나타났다. 영화 속에서만 일어날 것 같았던 특수한 재난상황이 6년 전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나면서 우리 국민들의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세계 주요 가동원전 현황
또 한 번의 대재앙, 후쿠시마 원전사고
앞서 말했듯 영화 <판도라>는 2011년에 실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졌는데 과연 얼마나 끔찍했던 재난이었을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동급인 7등급 사고로 분류했다. 종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유일한 7등급 사고였단 것을 감안한다면, 이 사고가 얼마나 중대했는지를 우린 가늠할 수 있다. 대량의 방사능 물질을 광범위하게 퍼뜨린 최악의 사고.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친 대재앙이었다.
사건의 경위는 <판도라>의 서사구조와 흡사하다. 최초 대지진이 발생하여 원자로가 자동 셧다운(작동중지) 되었다. 그 후 외부전원 공급망인 송전탑은 그 기능이 상실하여 발전소 내 비상용 디젤발전기와 UPS로 자가 발전하여 냉각수를 공급한다. 하지만 대지진 이후 대형 쓰나미가 발생하고 쓰나미로 발전소가 침수, 결국 전원 공급이 중단되어 냉각 시스템 또한 운용이 정지된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은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된다. 바로 냉각수가 끓어올라 핵연료가 외부로 노출되어 온도가 급상승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료봉과 증기가 반응하여 수소를 발생시켰고 발생한 증기와 수소가 격납용기 내부 압력을 상승시켰다. 그러자 시스템은 격납용기 파손을 막기 위해 증기를 배기시키는데 증기와 함께 배기된 수소가 원자로 건물 내부에 농축되어 수소폭발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원자로 건물은 파손되고 만다.
이 사건으로 일본은 경제적 영향은 물론 전력 부족사태에 방사능 유출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고 말았다. 더군다나 지진과 쓰나미까지 덮쳐, 인명 피해는 말할 것도 없었다. 목숨을 부지한 주민들은 난민이 되어 고향을 떠나 수용소와 일본 내를 떠돌아야만 했다. 원전 반경 20km 이내는 아직도 폐쇄상태다. 원전 폭발에 의한 피해도 심각했지만 무엇보다 일본 내 방사능 오염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은 이 사건으로 역사상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 피해자인 동시에 이웃 국가들에겐 방사능 오염의 공포를 퍼뜨린 가해자로 낙인찍혔다. 원전사고는 무릇 자국뿐 아니라 타국까지도 크나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에 영향을 미친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쿠시마 재앙에 중국 당국과 국민들은 깊은 충격에 빠졌다. 사고가 발생했던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새로운 원전 건설이 중단되었으며, 2015년까지 중국 당국은 신규 건설허가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현재 새로운 건설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으나, 규모를 낮춰 더딘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출처 : https://www.thebulletin.org (핵과학자 소식지)